마비된 대한민국 중추신경
목 디스크를 치료하기 위해 통증클리닉에 다녀와서 정부 중앙청사 화재 소식을 들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라 여겼다. 아무러면 나라의 신경중추인 정부 중앙청사에 불이 나겠는가. 국보 1호를 태워먹은 화재에 격앙된 국민에게 미안해서라도 그런 일이 또 일어나도록 방심했겠나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시뻘건 불꽃이 정부청사 창밖으로 혀를 날름거리는 TV 뉴스를 보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뭐야?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건가! 주위 사람 모두가 이런 충격을 느꼈다 한다.
불길이 그쯤에서 잡혔기에 다행이지, 숭례문처럼 온몸에 시뻘건 불 이불을 덮어쓰고 타다가 무너져 내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부청사에 불이 난 것도 창피한 일이지만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애써 자위할 일일까.
스프링클러 없고 소화기는 작동 않고
정부 중앙청사가 어떤 곳인가. 나라의 중추신경인 정부 각 부처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부처가 모여 있는 곳이다. 불 난 곳은 국무총리실 바로 앞방인 국무조정실 핵심 공간이다. 행정자치부 소방방재청같은 안전행정 사령탑도 다 이 건물에 있다. 방재업무 사령탑에 불이 났으니 경찰청 금고가 털린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낡은 건물이라 해도 나라의 중추신경이 다 모여 있는 곳에 불이 나서 여러 부처의 업무가 마비되고 중요한 서류가 소실되다니 …. 이산가족 관련 공문서가 손상을 입었다면 면회업무는 괜찮을 런지. 입버릇처럼 선진국 타령을 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리 정권말기라 해도 동의할 수 없는 국정의 총체적 난맥상이다.
목 디스크 통증은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같은 요법으로 치유할 수 있다. 정 어려우면 수술요법도 있다. 그러나 중추신경이 고장나면 몸 전체의 통증과 마비 현상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화타나 편작 같은 명의를 만나도 정신장애나 반신불수 정도면 행운이다.
숭례문 화재 때도 확인되었듯이 이번 중앙청사 화재에서도 나사가 빠지고 금간 곳이 여러 군데 드러났다. 가장 기초적인 스프링클러 시설이 없었다는 것은 너무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방호원들이 소화기로 불을 꺼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다.
이 건물에서는 1999년 7월에도 선풍기 과열로 불이 났었다. 그 때도 제때 점검을 받지 않은 소화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소화전은 수압이 약해 무용지물이었다. 그 때 정부는 소방방재시설을 보완한다고 부산을 떨었으나 스프링클러는 1층에만 설치되었을 뿐 2층부터 19층까지는 손길이 닿지 않았다.
방화벽이나 제연시설 같은 기본적인 설비만 되어 있었어도 이런 난리는 없었을 것이다. 사무실 집기의 불연화와 방염처리 조치가 되어 있었다면 불은 번지고 싶어도 번질 수 없는 법이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판이다.
안전행정 당국자들은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 건물이라서 소방시설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건물이 완공된 것은 1970년이고 공공건물에 스프링클러 시설이 의무화된 소방법 개정은 1973년이었다”면서 그런 방화시설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시설 의무화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어서 방재시설을 보완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대다수 건물은 이런 재난을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보다 변명부터 나오는 그들에게 나라살림을 맡기고 오늘밤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물류창고 화재참사 이후 정신 차렸다면
지난 1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이후 정신을 차렸다면 숭례문과 정부중앙청사는 아무 일 없었을 것이다. 이웃나라는 한 번의 실수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어 방재 선진국이 되었는데 우리는 무엇을 더 태워먹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국세청장이 수뢰혐의로 구속되고, 국정원장이 목숨보다 소중한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옷을 벗고,청와대 비서진이 업자와 유착된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근래의 공직기강 문란상은 나라의 중추신경에 고장이 있다는 경보의 발령이었다. 며칠 후 바통을 이어받을 새 정권 관계자들은 현 정권의 마비된 신경을 조롱할 일이 아니라 이 교훈을 자양으로 삼아 ‘실패학’ 전문가가 되기 바란다.
* 이 글은 내일신문('08.02.22)과 동시게재 되었습니다.
목 디스크를 치료하기 위해 통증클리닉에 다녀와서 정부 중앙청사 화재 소식을 들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라 여겼다. 아무러면 나라의 신경중추인 정부 중앙청사에 불이 나겠는가. 국보 1호를 태워먹은 화재에 격앙된 국민에게 미안해서라도 그런 일이 또 일어나도록 방심했겠나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시뻘건 불꽃이 정부청사 창밖으로 혀를 날름거리는 TV 뉴스를 보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뭐야?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려는 건가! 주위 사람 모두가 이런 충격을 느꼈다 한다.
불길이 그쯤에서 잡혔기에 다행이지, 숭례문처럼 온몸에 시뻘건 불 이불을 덮어쓰고 타다가 무너져 내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부청사에 불이 난 것도 창피한 일이지만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애써 자위할 일일까.
스프링클러 없고 소화기는 작동 않고
정부 중앙청사가 어떤 곳인가. 나라의 중추신경인 정부 각 부처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부처가 모여 있는 곳이다. 불 난 곳은 국무총리실 바로 앞방인 국무조정실 핵심 공간이다. 행정자치부 소방방재청같은 안전행정 사령탑도 다 이 건물에 있다. 방재업무 사령탑에 불이 났으니 경찰청 금고가 털린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낡은 건물이라 해도 나라의 중추신경이 다 모여 있는 곳에 불이 나서 여러 부처의 업무가 마비되고 중요한 서류가 소실되다니 …. 이산가족 관련 공문서가 손상을 입었다면 면회업무는 괜찮을 런지. 입버릇처럼 선진국 타령을 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리 정권말기라 해도 동의할 수 없는 국정의 총체적 난맥상이다.
목 디스크 통증은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같은 요법으로 치유할 수 있다. 정 어려우면 수술요법도 있다. 그러나 중추신경이 고장나면 몸 전체의 통증과 마비 현상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화타나 편작 같은 명의를 만나도 정신장애나 반신불수 정도면 행운이다.
숭례문 화재 때도 확인되었듯이 이번 중앙청사 화재에서도 나사가 빠지고 금간 곳이 여러 군데 드러났다. 가장 기초적인 스프링클러 시설이 없었다는 것은 너무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방호원들이 소화기로 불을 꺼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다.
이 건물에서는 1999년 7월에도 선풍기 과열로 불이 났었다. 그 때도 제때 점검을 받지 않은 소화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소화전은 수압이 약해 무용지물이었다. 그 때 정부는 소방방재시설을 보완한다고 부산을 떨었으나 스프링클러는 1층에만 설치되었을 뿐 2층부터 19층까지는 손길이 닿지 않았다.
방화벽이나 제연시설 같은 기본적인 설비만 되어 있었어도 이런 난리는 없었을 것이다. 사무실 집기의 불연화와 방염처리 조치가 되어 있었다면 불은 번지고 싶어도 번질 수 없는 법이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판이다.
안전행정 당국자들은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 건물이라서 소방시설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건물이 완공된 것은 1970년이고 공공건물에 스프링클러 시설이 의무화된 소방법 개정은 1973년이었다”면서 그런 방화시설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시설 의무화 이전에 지어진 건물이어서 방재시설을 보완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대다수 건물은 이런 재난을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보다 변명부터 나오는 그들에게 나라살림을 맡기고 오늘밤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물류창고 화재참사 이후 정신 차렸다면
지난 1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이후 정신을 차렸다면 숭례문과 정부중앙청사는 아무 일 없었을 것이다. 이웃나라는 한 번의 실수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어 방재 선진국이 되었는데 우리는 무엇을 더 태워먹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국세청장이 수뢰혐의로 구속되고, 국정원장이 목숨보다 소중한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옷을 벗고,청와대 비서진이 업자와 유착된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근래의 공직기강 문란상은 나라의 중추신경에 고장이 있다는 경보의 발령이었다. 며칠 후 바통을 이어받을 새 정권 관계자들은 현 정권의 마비된 신경을 조롱할 일이 아니라 이 교훈을 자양으로 삼아 ‘실패학’ 전문가가 되기 바란다.
* 이 글은 내일신문('08.02.22)과 동시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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