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높일 대책 세워야

18대 총선은 흥미진진한 승부와 화제의 인물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함으로써 그 흥미에 못지않은 걱정거리를 던져주었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 46.0%는 17대 총선에 비해 무려 14.6%, 역대 총선 최저투표율로 기록되었던 16대에 비해서도 11.2%가 떨어졌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제주도도 53.5%에 불과했고 서울은 45.7%, 인천은 42.2%를 기록했다.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 아래 선거관리위원회는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투표 참여자에게 고궁과 박물관 입장료 할인혜택을 주는 인센티브제가 처음 실시된 것이 한가지 사례다. 교통이 불편한 도서지방이나 산간벽지 유권자들을 위해 1000여대의 차량과 20여척의 선박편을 제공하는 배려도 있었다.

정치에 대한 실망과 환멸 적나라하게 드러나

투표율이 저조하자 9일 오후에는 유권자 개개인을 상대로 한 휴대전화 메시지 호소작전도 있었다. 필자가 받은 메시지는 “투표율 저조! 남들이 하겠지 생각 마시고 소중한 한표 꼭 행사하시길 바랍니다”였다.

발신자 번호를 식별할 수 없어 누가 보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발신자가 선관위 측이건 투표율이 낮으면 불리하다고 생각한 특정 후보 측이건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다. 그런 적극적인 참여 캠페인이 있었는데도 직접선거 제도의 마지노선이라는 50%를 크게 못 미친 것은 쇼크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있었던 전국 규모 선거의 최저투표율은 2002년 지방선거 때의 48.9%였다. 총선거가 지방선거 최저투표율보다 낮아진 것은 국회의원의 국민 대표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투표율이 50%가 안되면 당선자가 40%를 얻었다고 해도 전체 유권자 20%의 지지밖에 얻지 못한 셈이다.

득표율이 30%대로 내려가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투표율 30%대인 선거구도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 30%대 선거구가 20곳이었다. 경기 시흥을 선거구는 34%였다. 이런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를 했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각 언론매체들은 투표율이 갑자기 낮아진 이유를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라 한다.

“귀찮기도 하고, 내가 투표해 봐야 청년실업문제가 해결되거나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누굴 찍어야 좋을지 몰라서 그냥 안했다.” “늘 거짓말만 하는 정치인들에게 지쳤다. 공천싸움을 보면서 마지막 기대까지 접고 맘 편하게 여행이나 다녀왔다.”

신문에 보도된 이런 코멘트는 50%가 넘는 기권자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실망과 환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인다. 공약이나 정책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없었던 것도 ‘흥행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각 정당의 공천이 너무 늦어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충분히 알 시간이 없었던 것도 큰 요인이다.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국민소득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선진국들처럼 누가 되든지 자신의 이익과 손해에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정치보다는 여행이나 스포츠 같은 감각적인 즐거움에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러시아는 투표율 50% 안되면 선거 무효화

미국의 국회의원 투표율은 평균 45%, 일본은 1990년대 이후 평균 57%, 영국은 6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그렇게 낮은 것은 총선거가 아니라 중간 선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런 나라들보다 정치적으로 더 민주화한 것도 아니고 국민소득으로 보면 까맣게 먼데 투표율만 닮아간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싱가포르나 오스트레일리아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기권자에게 벌칙을 가하기도 하고 러시아같은 나라는 투표율이 50%가 못 되면 선거를 무효화시킨다고 한다. 그런 극단적인 대책은 곤란하지만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책들을 연구해야 할 시점에 왔다. 전자투표 제도 도입, 부재자 투표방법 개선, 도서벽지 지역 투표환경 개선 같은 것은 적극 검토해 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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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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