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정치인에 목마르다

거물 정치인과 옛 권력자 측근들이 줄줄이 공천심사 대상에서 탈락한 통합민주당 ‘공천혁명’은 청량제 같은 소식이었다. 한나라당 일부 공천심사에서 현역의원 등이 낙천당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일이다.

부패와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이 민주당 공천심사에서 탈락된 것이나 한나라당 수도권 공천자 명단에서 4선 의원을 포함한 현역의원 5명이 밀려난 것은 도덕적이고 참신한 정치인을 원하는 국민정서에 대한 응답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그 일 때문에 분란이 그치지 않으니 아직 우리 정치의 수준은 멀었나보다.

신문지면을 장식한 ‘공천 쿠데타’ ‘박재승의 반란’ ‘공천폭풍’ ‘공천파란’ 같은 어휘에는 도덕적인 정치인을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이 녹아 있다. 아직 뚜껑을 열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보는 것이 좀 이른 감도 있지만 유명 거물 정치인들이 대거 탈락하게 된 사실 하나 만으로도 지나친 평가 같지는 않다.

국민의 시선을 의식한 고육지책

당 지도부는 ‘정치현실’을 이유로 선별구제를 요청했다지만 민주당 공천심사위는 스스로 정한 원칙과 기준을 밀어붙였다. 당의 요구대로 개별심사를 했으면 꿈도 꾸지 못할 공천혁명이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예상 밖의 결정이 있었던 것도 국민의 시선을 의식한 고육지책이라 할 것이다.

그간의 공천행태가 어떠했던가를 돌아보면 우리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냉소를 짐작할 수 있다. ‘돈 공천’ ‘밀실공천’이라는 용어가 말해주듯이 거액의 정치헌금이나 영수 및 계파 보스들의 줄세우기에 좌우된 것이 지난날 하향식 공천의 관행이었다.

그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어 충분한 견제세력을 확보하자는 것이 이번 통합민주당 공천개혁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이래 이명박정부는 국무위원을 포함한 중요 인사에서 거듭 악수를 두어 국민의 실망을 샀다. 마땅히 반대 정치세력에게
반사이익이 돌아갈 법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은 그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국민에게 변화를 증명할 특별한 퍼포먼스가 필요하다는 게 당내의 공통된 위기의식이었다.

뇌물, 알선수재 같은 형사사건에 걸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사람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기준에 걸리는 사람은 유명 정치인만 10명이 넘는다. 그 가운데는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과 비서실장을 비롯해, 현역 국회부의장, 전직 장관과 정권 실세들이 포함되어 있다. 탈락 대상자들과 개인적인 이해관계도 없을 사람들이 그 소식에 그토록 환호하는 것은 깨끗한 정치인에 대한 목마름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물론 법적으로는 피선거권을 침해받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의 신임을 회복하기 위해 ‘깨끗한 정치인’을 기준으로 정한 것은 당 지도부와 공심위의 합의사항이었으므로 당 공식기구의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 옳다.

탈락 대상자는 대부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복역했거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다. 알선수재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자는 소수다. 억울함과 불편한 심기를 호소할 수 있다. 기업인들에게서 돈을 받은 것도 당을 위해 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만일 그 때 그 자리에 있었으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당적도 없는 사람이 공천권을 쥐고 흔든다”는 노골적인 반발도 솔깃하게 들릴 수 있다.

꼭 정치하고 싶다면 당 떠나 무소속으로

그러나 국민의 눈에는 불평의 목소리가 클수록 그릇이 더 적어 보인다. 정치자금법이건 알선수재건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법을 위반해 형이 확정되었던 ‘죄인’이다. 꼭 정치를 하고 싶다면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된다. 그것이 지금의 자신이 있게 해준 정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한나라 당 탈락자는 경우가 다르지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민주당에는 의정활동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람까지도 가려내겠다는 분위기가 있다. 적절하지 않은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을 기억한다면 국민이 왜 그토록 정치인의 도덕성을 요구하는지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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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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