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개혁’의 기대와 우려
한국인의 의식에는 ‘공천 = 밀실 + 돈’이라는 등식이 굳어져 있다. 거기에 나눠먹기라는 이미지가 오버랩되어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권력자 한 사람의 의중이 공천의 모든 것을 지배했다. 3김 시대에도 그 등식은 크게 변함이 없었다. ‘밀실’ 이미지는 완화되었지만, ‘돈’ 과 ‘나눠먹기’ 이미지는 짙어졌다.
4·9 총선이 한 달도 못 남은 시점에서 발표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민주당) 일부지역 공천자 명단은 일단 국민의 기대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다. 13일 발표된 양당 일부지역 공천자 명단에는 거물 정치인들이 많이 빠졌다. 한나라당 영남지역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 계파 좌장격인 당 최고위원을 비롯, 국회부의장 등 현역의원 25명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현역의원 탈락률이 무려 43.5%에 이른다.
최고위원과 대선후보 등 유력정치인 탈락
민주당에서도 지난해 12월 대선후보 경력자, 전직 대통령 아들 등 유력정치인 15명이 탈락했다. 개인비리 대상자 공천배제 원칙과 기준 발표에 이은 연쇄 개혁공천 폭풍이다. 기성정치인 공천탈락이 많아야 개혁인지, 정치신인이 기성정치인보다 유능하고 깨끗한지는 단언할 수 없다. 신인의 등장이 봇물을 이루었던 17대의 경우를 보면 ‘참신함 = 유능함 + 도덕적’이라는 등식도 성립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실망과 염증이 클수록 새 사람을 찾게 되는 것이 한국인의 취향이다. 실망할 때 실망하더라도 새로운 희망을 갖고 싶은 것이 유권자 생리인가 보다. 그런 의미에서 과반수의 외부 인사로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를 구성한 것과 위원장을 외부인사에게 맡긴 양당의 개혁공천 실험은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정당의 공천을 정치권 바깥인사들이 좌지우지하는 나라는 없다고 하니 정치선진화라고 자랑할 만도 하겠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아니, 오히려 민주선거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공천이 너무 지지부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궁금증을 키우는 것이 그런 이중구조의 산물이라면 말이다.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껏 공천이 끝나지 않았으니 국민이 어떻게 투표권을 행사할 것인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불과 15일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 개개인의 인물과 공약과 소속정당의 정책을 비교해보려면 공천자 발표는 빠를수록 좋다.
선거법이 바뀌어 후보자 합동연설회도 없어지고 공·사석에서 후보자를 접촉해 인물을 평가할 기회도 줄어들었다. 언론매체를 통한 토론회 등 정보취득의 기회가 열려 있다지만 총선에서는 활용도가 높지 않은 채널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에서 누가 누구와 대결하게 되나 하는 기본적인 궁금증으로 목말라 있다. 그런데도 양당은 공식선거전 개막을 코앞에 두고도 공천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으니, 이런 선거가 전에도 있었던가.
공천경합이 심한 이른바 ‘화약고 지역’ 공천심사를 놓고 공심위와 양당 지도부가 볼썽사납게 대립한 것은 공심위를 형식적인 기구로 여기기에 충분한 이유다. 일찌감치 공천자를 내정 또는 결정해놓고도 “형평의 원칙상 일괄 발표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입김 때문에 발표를 미루고 또 미루는 것은 더욱 그런 의심을 사게 한다.
공천 지지부진 … 국민 알권리 침해
공천심사 회의장 주변에서 터져나오는 잡음은 더 절망적인 메시지다. 일부 지역 공천내정자 명단이 흘러나왔을 때 박근혜 전 대표는 ‘기가 막힌 일’ ‘이렇게 잘못된 공천’ 같은 격한 표현을 동원해 상대측을 비난했다. 비주류 측 반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공천발표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탈락 대상자들은 더 심한 말과 행동으로 반발하고 있다.
어떤 정치평론가는 공천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공심위 제도를 폄하한다. 국민의 마음을 사려는 진정의 왜곡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공심위를 견제하는 당 지도부 입김의 강도를 보면 억울하다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남은 지역 공천 마무리와 전략공천을 둘러싸고 한 번 더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밀실공천, 나눠먹기 공천이란 묵은 이미지의 딱지를 떼기 어렵다는 것을 두 당은 알아야 한다.
한국인의 의식에는 ‘공천 = 밀실 + 돈’이라는 등식이 굳어져 있다. 거기에 나눠먹기라는 이미지가 오버랩되어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권력자 한 사람의 의중이 공천의 모든 것을 지배했다. 3김 시대에도 그 등식은 크게 변함이 없었다. ‘밀실’ 이미지는 완화되었지만, ‘돈’ 과 ‘나눠먹기’ 이미지는 짙어졌다.
4·9 총선이 한 달도 못 남은 시점에서 발표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민주당) 일부지역 공천자 명단은 일단 국민의 기대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다. 13일 발표된 양당 일부지역 공천자 명단에는 거물 정치인들이 많이 빠졌다. 한나라당 영남지역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 계파 좌장격인 당 최고위원을 비롯, 국회부의장 등 현역의원 25명이 공천을 받지 못했다. 현역의원 탈락률이 무려 43.5%에 이른다.
최고위원과 대선후보 등 유력정치인 탈락
민주당에서도 지난해 12월 대선후보 경력자, 전직 대통령 아들 등 유력정치인 15명이 탈락했다. 개인비리 대상자 공천배제 원칙과 기준 발표에 이은 연쇄 개혁공천 폭풍이다. 기성정치인 공천탈락이 많아야 개혁인지, 정치신인이 기성정치인보다 유능하고 깨끗한지는 단언할 수 없다. 신인의 등장이 봇물을 이루었던 17대의 경우를 보면 ‘참신함 = 유능함 + 도덕적’이라는 등식도 성립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실망과 염증이 클수록 새 사람을 찾게 되는 것이 한국인의 취향이다. 실망할 때 실망하더라도 새로운 희망을 갖고 싶은 것이 유권자 생리인가 보다. 그런 의미에서 과반수의 외부 인사로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를 구성한 것과 위원장을 외부인사에게 맡긴 양당의 개혁공천 실험은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정당의 공천을 정치권 바깥인사들이 좌지우지하는 나라는 없다고 하니 정치선진화라고 자랑할 만도 하겠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아니, 오히려 민주선거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공천이 너무 지지부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궁금증을 키우는 것이 그런 이중구조의 산물이라면 말이다.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아직껏 공천이 끝나지 않았으니 국민이 어떻게 투표권을 행사할 것인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불과 15일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 개개인의 인물과 공약과 소속정당의 정책을 비교해보려면 공천자 발표는 빠를수록 좋다.
선거법이 바뀌어 후보자 합동연설회도 없어지고 공·사석에서 후보자를 접촉해 인물을 평가할 기회도 줄어들었다. 언론매체를 통한 토론회 등 정보취득의 기회가 열려 있다지만 총선에서는 활용도가 높지 않은 채널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에서 누가 누구와 대결하게 되나 하는 기본적인 궁금증으로 목말라 있다. 그런데도 양당은 공식선거전 개막을 코앞에 두고도 공천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으니, 이런 선거가 전에도 있었던가.
공천경합이 심한 이른바 ‘화약고 지역’ 공천심사를 놓고 공심위와 양당 지도부가 볼썽사납게 대립한 것은 공심위를 형식적인 기구로 여기기에 충분한 이유다. 일찌감치 공천자를 내정 또는 결정해놓고도 “형평의 원칙상 일괄 발표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 입김 때문에 발표를 미루고 또 미루는 것은 더욱 그런 의심을 사게 한다.
공천 지지부진 … 국민 알권리 침해
공천심사 회의장 주변에서 터져나오는 잡음은 더 절망적인 메시지다. 일부 지역 공천내정자 명단이 흘러나왔을 때 박근혜 전 대표는 ‘기가 막힌 일’ ‘이렇게 잘못된 공천’ 같은 격한 표현을 동원해 상대측을 비난했다. 비주류 측 반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공천발표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탈락 대상자들은 더 심한 말과 행동으로 반발하고 있다.
어떤 정치평론가는 공천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공심위 제도를 폄하한다. 국민의 마음을 사려는 진정의 왜곡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공심위를 견제하는 당 지도부 입김의 강도를 보면 억울하다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남은 지역 공천 마무리와 전략공천을 둘러싸고 한 번 더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밀실공천, 나눠먹기 공천이란 묵은 이미지의 딱지를 떼기 어렵다는 것을 두 당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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